자기계발

개발자 기성세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짱가™] 2013. 10. 14. 17:49



프로그래머로써 생활한지 어느덧 십몇년차가 되었다. 

다른 업종으로 보면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고 군대로 비유해봐도 이제 갓 일병 말호봉 정도 된 시기라고 생각이 된다. 
그러나 이쪽 산업의 발전 속도와 인력 구성을 생각해봤을 때 어느덧 기성세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리라 생각이 된다. 
이즈음에서 기성세대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다. 
중년의 시기가 되면 흔히 말하는 '멘토놀이' 를 생각하는 시기가 된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옛 성현들의 말을 굳이 떠올릴 필요도 없이 어느 정도 자신의 일에서 숙달 되었다 생각하면 자신의 시행착오를 후진들이 겪지 않게 하고 싶다는 생각과 더불어 잘난체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들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행위들과 시도들이 시행착오가 되고 '소뒷발에 쥐잡기'로 좋은 결과를 낳듯 간에 그런 시도는 없는 것보단 낫다.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몇년 전부터 해오던 중에 지속적으로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자극이 있다. 
'내가 그럴만 한 경험과 시각을 가지고 있는가?'
'내 위치에서 한점 부끄럼 없이 내세울 것이 있는가?'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부끄러웠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누구 앞에도 서기가 힘들었다. 
글 한줄도 쓰기 힘들었고 자극만 받고 자책만 했다. 
그럴필요가 있는가? 과연 정말 부끄럼없이 잘난 사람만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에도 이르렀고… 
그 이후론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한다. 

나는 현 시점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 역사에서 큰 과도기적인 시기라고 생각을 한다. 
1. 인력의 불균형의 심화
2. 기술적인 발전의 급 가속화
3. 분야의 다변화
4.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불균형으로 인한 지병

이런 몇가지의 요인으로 인해서 복합적으로 병이 들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SI 업계에서 거의 모든 경험의 대부분을 경험함으로 인해 패키지 업계나 서비스 업계, 게임업계 등에서 겪고 있는 장/단점 에 대해서는 경험도 없을 뿐더러 깊이 있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가시적으로 기준이 드러나는 '내 몸값 키우기' 에 바빴고 될만한 일을 하는 것에 바빴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될만한 일을 해라. 되지 않을 일은 과감히 던지고 되지 않을 회사에서는 과감하게 나와라'
그러나 나 역시 회사에 입사해서 생활할 당시에는 그 부분 지켜지지 않았고 내가 직접 상황에 맞딱뜨리니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은 똑같다. 
역시 중이 제머리 못깎나보다. 

그럼 Developer 를 지향하는 후배들에게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것이 있을까? 라는 관점을 가지고 내 경험에 비추어서 이야기를 해보자. 

- 롤모델이 되면 좋겠다
얼마전 97 Programmers 번역서에 몇페이지의 컬럼을 쓴적이 있다. 
거기에서 했던 이야기는 내 주변의 ( 나는 내세울게 없어서…^^;; ) 좋은 사례를 가지신 분들을 소개하며 개인의 Toy Project 를 만들어라고 이야기를 했다. 
엔지니어로써, 프로그래머로써 열정을 유지하고 스스로의 테스트베드를 가지는 것은 이만한 것이 없다. 
그리고 그 분들이 보여준 사례는 귀감이 될만한 사례들이다. 
크게 성공한 회사를 운영하거나 만든 앱이 대박을 친 인물들은 천명에 한명? 아니 그보다 극소수의 사람들이다. 
우리는 평범함에서 위대하게 발전해 나가는 그런 이들을 롤모델로 삼고 흉내내어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념 중의 하나는 '충고를 바라지 않는 이에게 하는 충고는 잔소리요, 기분나쁜 소리일 뿐이다' 라는 생각이 있다. 
보여줘야 한다. 후배들에게 보여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이들에게 발전되어 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롤모델들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시각을 통한 문화의 변화 추구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먼저 경험하고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실력' 외에도 그 분야를 바라보는 시각일 것이다. 
좀 과하게 이야기 하자면, 기계처럼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져서는 그런 시각을 가지기 힘들다. 
'내가 있는 이곳' 에 속한 사람들에게 밀려오는 흐름, 이곳을 둘러싼 환경들의 변화, 기술의 발전과 문화의 변화 등에 민감하게 생각하고 관찰을 잘 하는 사람들이 이런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 시각을 통해서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어야 하고 문화를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척박한 환경보다 좋은 환경을 후배들에게 물려줄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때는 저러지 않았는데…' 하는 고까운 시선으로 후배들을 바라보기 전에 말이다. 

- 학습의 가이드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해서 모두 같은 개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나 팀에서의 역할도 수없이 많은 분류를 가지고 서로 다른 영역의 능력을 원하게 된다. 
프로덕트/프로젝트 매니저를 꿈꾸는 이들, 아키텍트를 꿈꾸는 이들, 장인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 데이터 스페셜 리스트를 꿈꾸는 이들… 
등은 모두 서로 다른 능력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학습을 하며 성장가능하도록 적절한 가이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기성세대로 변해가는 이들이 먼저 고민한 부분이 있어야 하겠다. 
고민이 없는 경험은 자신의 지식이나 지혜가 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해 본 사람만이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 경력 설계 
'회사를 찾아주는 헤드헌터' 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선배로써 경력 설계를 해줄 수 있어야 할것이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목적한바가 다르다. 
그 사람의 성향에 따라 학습을 시키고 경력설계에 따른 조언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초년병들에 적절한 성장 가이드를 주자. 
먼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선행되어야 할것이다.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그의 성향을 알고 장/단점을 알아야 적절한 성장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더 있을 것이지만 이 정도로 적어보았다. 
다음에는 프로그래머의 학습계획서(http://www.slipp.net/questions/201) 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