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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의 "길상사" 법문 중에서....

짱가 2ed 2008. 11. 6. 11:06

좋은 친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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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을 제대로 하려면 친구를 잘 만나야 됩니다. 이 세상을 원만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8백년 전 송광사에서 지눌보조국사가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글이 있습니다. 그 분은 불법에 인연이 되어 처음으로 발심한 사람이 마음 써야 하는 일로, 나쁜 벗을 멀리하고 어질고 착한 이를 가까이 하라는 교훈을 첫번째로 꼽으셨습니다. '나쁜 벗을 멀리하고 어질고 착한 이를 가까이 해라'. 할 말도 많을텐데 왜 이 말부터 했을까요? 그만큼 친구의 영향이 크다는 겁니다. 친구의 영향은 마치 안개속에서 옷이 젖는 것과 같습니다. 안개 속에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옷이 젖게 마련입니다. 친구는 알게 모르게 나한테 그렇게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덕조경에도 이런 법문이 나옵니다. '차라리 혼자서 갈 것이지, 어리석은 자와 길벗이 되지 말라.' 여행자들은 이 말의 의미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인생의 행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혹은 어디에서든 간에 '차라리 혼자서 갈 것이지 어리석은 자와 길벗이 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사회심리학자 중에 에리히 프롬이라는 사람이 쓴 <사랑의 기술>이란 책이 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랑은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나쁜 친구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나쁜 친구란 악의가 있고 파괴적인 사람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첫째, 나쁜 친구란 일상적 생활태도가 음울하고 불쾌한 사람. 사람은 활달해야 해요. 음울하고 불쾌한 사람을 가까이 하면 나한테도 음울하고 불쾌한 것이 끈적끈적하게 묻어옵니다. 마치 안개속에서 옷이 젖듯이.

둘째, 육신은 살아있으면서도 정신이 죽어있는 사람. 탐구하는 노력이 없으면 정신이 죽어있는 겁니다. 대학 나온 이후로 책 한권 읽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셋째, 생각과 대화가 보잘 것 없는 사람. 탐구하는 노력이 없기 때문에 생각과 대화가 보잘 것 없는 거에요.

넷째, 뜻을 담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뜻도 없이 지껄이고 있는 사람. 말많은 사람을 믿지 마세요. 뜻을 담은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만나면 끝도 없이 지껄이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듣는 쪽 생각도 해야 하는데, 그냥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지도 않는 말을 마구 쏟아내는 사람은 나쁜 친구입니다.

또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남의 장단에 놀아나는 사람 역시 나쁜 친구입니다. 자신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남의 장단에, 남의 말에 놀아나는 이런 사람이야 말로 나쁜 친구라고 지적합니다.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또 '유유상종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은 내 주변에서 나쁜 친구를 가려내기 전에, 내 자신은 과연 남에게 좋은 친구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허물을 밖에서 찾을 게 아니라, 내가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바탕이 준비되어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친구란 끼리끼리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좋은 친구를 만나지 못하는 데에는 몇 가지 허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하나가 좋은 친구를 바로 가까이 두고도 먼 곳에서 찾는다는 겁니다. 날마다 만나면서 그 안에서 좋은 친구를 찾아야 하는데 먼 데서만 찾습니다. 너무 일상적인 접촉이 심하다보니까, 너무 자주 만나다 보니까, 그 친구가 지닌 좋은 요소를 내가 제대로 모르는 겁니다.

또 하나는 좋은 친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내 스스로가 내 친구의 좋은 친구감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좋은 친구란 내 모자람을 채워주는 사람입니다. 온전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다 모자라죠. 그것을 내 친구가 나에게 채워줍니다. 좋은 친구란 그래서, 어떤 결점이나 단점을 상호간에 보완해 주는 친구입니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만나는 사람은 좋은 친구가 아닙니다. 시간을 탕진하기 위해서 만나는 사람은 결코 좋은 친구가 아닙니다. 시간을 살리기 위해서 친구를 만나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한 번 반성해 보십시오. 나와 친구는 한정된 시간을 죽이고 있느냐, 살리고 있느냐를 생각해 보세요. 시간을 죽이고 있다면 아무리 잘해줘도 좋은 친구는 아닙니다. 만남이 보람되고 그 친구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야 좋은친구입 니다. 만나고 나서 골아프고 지치고 맥빠지면 좋은 친구 아닙니다. 좋은 친구를 가지려면 먼저 내 스스로가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메아리입니다.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에요. 좋은 친구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주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런 친구를 가졌다면 인생 자체가 든든해질 것입니다.